
금 시세를 알려주는 뉴스 화면에서 ‘1온스당 OOO 달러’라는 자막을 볼 때마다, 저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습니다. 우리가 스테이크 무게를 잴 때나, 음료수 캔에 적힌 그 ‘온스(oz)’와 같은 단위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금이나 은처럼 귀한 자산을 거래하는 세계에서는 우리만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이 작은 단위 하나에 얼마나 깊은 역사와 약속이 담겨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금 거래에 쓰이는 ‘트로이온스(troy ounce)’는 우리가 아는 일반 온스와는 전혀 다른, 오직 귀금속의 가치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측정하기 위해 수백 년간 지켜져 온 특별한 약속의 단위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닌, 프랑스 도시의 이름


‘트로이’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단위의 유래는 의외로 중세 시대 프랑스의 한 도시, ‘트루아(Troye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트루아는 당시 유럽 각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드는 아주 중요한 무역 중심지였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상인들은 저마다 다른 무게 측정 단위를 사용했고, 이로 인해 거래에서 많은 혼란과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루아 시장에서는 모든 귀금속과 화폐 거래에 사용할 통일된 무게 기준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트로이 무게 체계’의 시초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이 특별한 척도는 공정한 거래를 향한 인류의 오랜 염원에서 탄생한 셈입니다.
우리가 아는 온스와는 다른, 특별한 약속


그렇다면 트로이온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상용온스(Avoirdupois Ounce)’와 무엇이 다를까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무게’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1 상용온스는 약 28.35그램(g)입니다.
하지만 귀금속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1 트로이온스는 약 31.1035그램(g)으로, 일반 온스보다 약 10% 정도 더 무겁습니다. 이는 아주 작은 무게 차이에도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귀한 금속의 가치를, 더 정밀하고 세분된 기준으로 측정하기 위한 약속입니다. 이처럼 두 단위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국제 금 시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왜 귀금속의 세계에서는 이 단위를 고집할까?


그램(g)이라는 편리한 단위가 있는데도, 왜 전 세계의 금과 은 시장은 여전히 이 오래된 계량법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신뢰’와 ‘역사적 연속성’에 있습니다. 트로이온스는 수백 년에 걸쳐 전 세계 귀금속 시장에서 변치 않는 표준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만약 각 나라가 서로 다른 단위를 사용한다면 국제적인 거래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트로이온스는 전 세계 누가 보아도 똑같은 무게를 의미하는 ‘만국 공용어’와도 같습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 불변의 기준이야말로, 국경을 넘어 가치를 교환하는 귀금속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되어줍니다.
금 한 돈과 트로이온스, 어떤 관계일까?


우리에게는 ‘돈’이라는 아주 친숙한 금의 무게 단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 표준인 트로이온스와 우리나라의 ‘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 관계를 알면 국제 시세를 우리 실정에 맞게 계산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계량법에 따르면, 금 한 돈은 정확히 3.75그램(g)입니다. 1 트로이온스는 약 31.1그램이므로, 간단히 나누어보면 ‘1 트로이온스는 약 8.29돈’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국제 금값이 1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라면, 이를 8.29로 나누어 금 한 돈의 대략적인 달러 가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정확성을 향한 인류의 오랜 지혜


결론적으로, 트로이온스는 단순히 금의 무게를 재는 낡은 단위를 넘어, 그 안에 공정한 거래를 위한 인류의 오랜 지혜와 약속이 담긴 역사 그 자체입니다. 이 작은 단위 하나가 전 세계의 금 시장을 하나로 묶고, 그 가치를 투명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죠.
이제 뉴스에서 ‘온스’라는 단어를 마주쳤을 때, 우리는 그 뒤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바로 정확성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수백 년의 노력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무게의 언어라는 것을 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1 트로이온스는 정확히 몇 그램인가요?
A. 1 트로이온스(troy ounce, 약어 oz t)는 정확히 31.1034768 그램(g)입니다. 보통 소수점 둘째 자리나 셋째 자리까지 끊어서 약 31.1g 또는 31.103g으로 통용됩니다.
Q. 우리가 쓰는 주방 저울로 금 무게를 재도 되나요?
A. 주방 저울은 대부분 그램(g) 단위이므로, 그램으로 측정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울이 온스(oz) 단위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일반 상용온스(약 28.35g)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트로이온스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귀금속의 정확한 무게는 반드시 전문 저울을 통해 측정해야 합니다.
Q. 금과 은 말고 다른 곳에도 쓰이나요?
A. 네, 그렇습니다. 트로이온스는 금과 은뿐만 아니라, 플래티넘(백금), 팔라듐과 같은 다른 귀금속의 무게를 측정하는 표준 단위로도 널리 사용됩니다. 또한, 보석의 무게를 잴 때도 캐럿(carat) 단위와 함께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1 트로이온스 = 31.1035g', 왜 이렇게 복잡한 단위를 쓸까?
'1 트로이온스 = 31.1035g', 왜 이렇게 복잡한 단위를 쓸까?
금이나 은 시세를 찾아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낯선 단위, ‘트로이온스(troy ounce)’. 우리는 10g, 100g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 숫자에 익숙한데, 왜 하필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붙는 31.1035g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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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트로이온스 뜻과 유래 정리! - 삐에로
트로이온스는 중세 프랑스의 트루아(Troyes)
라는 도시에서 유래한 귀금속 무게 단위로, 금·은 등 귀금속 거래에 공식 사용됨. - 금값 재는 단위 트로이온스란 무엇일까? - 한국경제
트로이온스의 역사적 배경과 일반 온스와의 차이, 1트로이온스=31.1034768g임을 비롯한 금 거래 특성 설명. - 온스 (r99 판) - 나무위키
온스와 트로이온스 용어의 어원, 역사적 배경, 각각의 정의 및 현재 귀금속에서 쓰이는 단위 구분 설명. - 트로이 온스 - 위키백과
트로이온스의 정의, 국제 거래에서의 공식 단위 역할과 1트로이온스 무게를 정확히 소개. - 금의 단위는 사실 '온스'가 아닙니다 [조재영의 투자 스토리] - 한경닷컴
국제금 거래 시 '온스'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트로이온스 단위이며 온스와 약 9.7% 차이가 있음을 상세히 설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