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나 은 시세를 찾아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낯선 단위, ‘트로이온스(troy ounce)’. 우리는 10g, 100g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 숫자에 익숙한데, 왜 하필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붙는 31.1035g이라는 복잡한 단위를 쓰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것은 불편하고 복잡한 단위가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귀한 것들의 가치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적인 ‘약속’이자 ‘신뢰의 언어’입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낯선 단위를 계속 사용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나면, 이 단위가 금이나 은처럼 귀한 물건을 다루는 데 얼마나 중요하고 합리적인 기준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 그 역사 깊은 이야기와 숨겨진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온스와는 다른 특별한 온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온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스테이크 무게나 식료품점에서 보는 ‘상용 온스(avoirdupois ounce)’는 약 28.35g입니다. 하지만 금, 은, 백금과 같은 귀금속이나 보석의 무게를 잴 때는 전혀 다른 기준인 ‘트로이온스’를 사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약 31.1g에 해당하는 특별한 단위이죠.
따라서 ‘1온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일반 물건을 재는 단위인지, 귀금속을 재는 단위인지에 따라 실제 무게가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처럼 귀한 것들을 위한 별도의 무게 측정법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확한 계량이 중요했다는 역사적 배경을 암시합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트루아에서 온 약속
그렇다면 ‘트로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 이름은 고대 트로이 전쟁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 유래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프랑스의 ‘트루아(Troyes)’라는 도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트루아는 유럽 각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드는 매우 중요한 무역 중심지였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상인들이 금과 은을 거래할 때, 저마다 다른 무게 단위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누군가 속임수를 쓸 수도 있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루아 시장에서는 모든 상인이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금과 은을 잴 때 사용하는 표준 무게 단위를 정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트로이온스’의 시작입니다. 즉, 이 단위의 탄생 배경에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약속’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오랜 역사가 만든 ‘신뢰’의 단위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귀금속 시장에서는 이 트루아의 약속을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런던, 뉴욕, 도쿄 등 세계 어디에서 금을 거래하든, 그 기준은 언제나 ‘1 트로이온스당 달러’로 표시됩니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신뢰’의 힘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와서 전 세계가 “오늘부터 그램(g) 단위로 통일합시다!”라고 결정한다면, 수 세기 동안 축적된 모든 거래 기록과 데이터를 변환해야 하는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처럼 이 특별한 무게 단위는 이제 단순히 무게를 재는 것을 넘어, 전 세계 귀금"속 시장을 하나로 묶어주는 변치 않는 표준이자 언어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소수점 넷째 자리의 의미, 정밀함의 가치
‘그래도 왜 하필 31.1035g처럼 복잡한 숫자일까?’ 하는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야드파운드법 체계를 오늘날의 미터법으로 ‘환산’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숫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소수점까지 이어지는 이 숫자가 의미하는 ‘정밀함’입니다.
금 한 돈(3.75g)의 가격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금은 아주 작은 무게 차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 변화가 생기는 물건입니다. 따라서 금을 거래할 때는 그 어떤 물건보다도 정확하고 정밀한 측정이 필수적입니다.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이어지는 이 복잡한 숫자는, 귀한 자산의 가치를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하겠다는 현대 금융 시장의 엄격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왜 복잡한 단위를 고집할까?
이제 ‘1 트로이온스 = 31.1035g’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불편하고 이상하게만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이 단위는 귀한 것을 다루기 위한 특별한 저울이자, 중세 상인들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약속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전 세계를 잇는 신뢰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복잡해 보이는 단위 체계를 고수하는 이유는, 그것이 귀금속이라는 특별한 자산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그리고 가장 신뢰도 높게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함 속에 숨겨진 것은 바로 ‘정확성과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우리가 쓰는 한 돈, 두 돈 할 때 ‘돈’과는 다른 건가요?
A. 네, 완전히 다릅니다. ‘돈’은 우리나라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귀금속 무게 단위로, 1돈은 3.75g입니다. 반면 트로이온스는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통용되는 국제 표준 단위입니다.
Q. 금괴(골드바)에도 트로이온스가 쓰이나요?
A. 물론입니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골드바 표면에는 무게가 그램(g)과 함께 트로이온스(troy oz 또는 oz t)로 병기되어 있습니다. 1kg짜리 골드바는 약 32.15 트로이온스에 해당합니다.
Q. 트로이온스는 금, 은 말고 또 어디에 쓰이나요?
A. 주로 고가의 귀금속에 사용됩니다. 금(Gold), 은(Silver), 백금(Platinum), 팔라듐(Palladium)과 같이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는 귀금속들의 공식적인 무게 측정 단위로 쓰이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트로이 온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트로이 온스는 귀금속 전용 단위로, 1온스 = 480그레인 = 31.1034768g이며, 일반 온스보다 약 9.7% 무겁고 프랑스의 트루아 상업 도시에서 유래했다고 설명. - 금값 재는 단위 트로이온스란 무엇일까? - 한국경제
국제 금 거래에서 트로이온스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일반 온스와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관행과 역사적 배경을 소개. - 트로이 온스 - 오늘의AI위키
트로이 온스는 1959년 국제 협정으로 정확히 31.1034768g으로 정의되었으며, 귀금속 거래의 정밀성과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단위임을 설명. - 金 무게단위=온스? 실제론 트로이온스! - 한국경제
금값이 트로이온스 기준으로 거래되며, 일반 온스와의 차이로 인한 사기 위험까지 언급하며 단위의 중요성을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