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약품이 담긴 통에 붙어있는 빨간 다이아몬드 모양의 스티커. 해골바가지, 불꽃, 느낌표 등 섬뜩한 그림들을 보며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괜히 만졌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그림들은 어려운 암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아주 간단하고 중요한 '그림 편지'입니다. 마치 교통 표지판처럼, 전 세계 누가 보아도 그 위험을 즉시 알 수 있도록 약속된 '공통 언어'이죠. 이 글만 읽으시면, 단 5분 만에 이 9가지 그림문자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림문자, '위험'을 알려주는 세계 공통어
우리가 마주하는 이 그림 표지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일부로, '화학물질 분류표시 세계조화시스템(GHS)'이라는 국제적인 약속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위험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똑같은 그림으로 경고해서, 사고를 미리 막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고 표지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나와 내 동료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입니다. 지금부터 9개의 그림문자를 세 가지 쉬운 그룹으로 나누어 그 의미와 대처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불 조심' 그룹 (화재 및 폭발 위험)
가장 직관적이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불과 관련된' 경고 표지들입니다. 이 그림들을 본다면, 주변에 불씨나 스파크가 튀는 곳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 불꽃 모양 (인화성): "불이 아주 잘 붙어요!" 라는 가장 직접적인 경고입니다. 알코올이나 휘발유처럼, 작은 불씨에도 활활 타오를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반드시 화기와 멀리 떨어진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 동그라미 위 불꽃 (산화성): "불이 더 잘 붙게 도와줘요!" 라는 뜻입니다. 이 물질 자체는 불에 타지 않지만, 주변의 다른 물질이 폭발적으로 타오르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인화성 물질과 함께 두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으니 절대 금물입니다.
- 폭탄 터지는 모양 (폭발성): "충격을 받으면 '펑' 터질 수 있어요!" 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열이나 마찰, 충격에 매우 민감하여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을 나타냅니다. 다룰 때 아주 작은 충격도 가해지지 않도록 극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몸 조심' 그룹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할 경고 표지들입니다. 이 그림들을 본다면, 반드시 보호 장갑이나 보안경,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 해골바가지 (급성 독성): "아주 조금만 먹거나 마셔도 위험해요!" 라는 뜻입니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을 의미합니다. 절대 맨손으로 만지거나, 증기를 흡입해서는 안 됩니다.
- 손과 쇠가 녹는 모양 (부식성): "피부나 쇠를 녹여요!" 라는 경고입니다. 강한 산이나 염기성 물질로, 피부에 닿으면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고, 금속을 부식시키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반드시 보안경과 내화학성 장갑을 착용해야 합니다.
- 사람 가슴에 별 모양 (발암성/호흡기 과민성): "오래 접촉하면 나중에 큰 병에 걸릴 수 있어요!" 라는 무서운 경고입니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하거나, 호흡기 질환, 생식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나타냅니다.
'주의 요망' 그룹 (기타 위험)
위의 경우보다는 위험 등급이 낮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물질들을 알려주는 경고 표지입니다.
- 느낌표 (!): "주의하세요!" 라는 가장 일반적인 경고입니다. 위의 6가지 경우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등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위험이 있을 때 사용됩니다.
- 가스통 모양 (고압가스): "압력이 아주 높아요!" 라는 뜻입니다. 용기 안에 높은 압력으로 기체가 채워져 있어, 열을 받거나 넘어뜨리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절대 던지거나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 물고기와 나무 그림 (환경 유해성): "자연을 아프게 해요!" 라는 의미입니다. 이 물질이 하수구나 강, 토양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환경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절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며, 지정된 폐기물 처리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MSDS와 GHS는 뭐가 다른 건가요?
A. GHS(화학물질 분류표시 세계조화시스템)는 전 세계적인 '약속'이고,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는 그 약속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 설명서'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현재는 GHS 기준에 따라 MSDS가 아닌 'SDS(Safety Data Sheet)'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Q. 한 통에 여러 개의 그림문자가 붙어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그 물질이 여러 종류의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불꽃 모양과 해골바가지가 함께 있다면, '불도 잘 붙고 독성도 강한' 아주 위험한 물질이므로 두 가지 위험에 모두 대비해야 합니다.
Q. 이 그림문자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해당 화학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SDS)'를 확인하면 됩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언제든지 이 자료를 볼 수 있도록 비치해 둘 의무가 있습니다. SDS에는 그림문자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고 시 대처 요령까지 모든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일상에서도 마주치는 그림 문자? 해석에서 시작되는 안전 - 안전 연구소 블로그
MSDS 경고표지에 사용되는 9가지 그림문자의 의미와 각 문자의 안전 경고 역할을 쉽게 설명한 글입니다. - MSDS 경고표지 작성 기준 (100ml 이하 용기) - 안전 연구소 블로그
MSDS 경고표지 작성 시 꼭 알아야 하는 그림문자와 작성 기준을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 화학물질경고표지의 종류 - e브릭몰
화학물질 경고표지에 사용되는 각 그림문자의 의미와 주의사항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입니다. - 경고표지 작성 지침 2022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PDF)
국내 공식 경고표지 작성 기준 및 그림문자 사용 규정을 포함한 안전지침 PDF 문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