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뉴스 시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식. 우리나라에는 ‘태풍’이, 미국에는 ‘허리케인’이, 인도나 호주에는 ‘사이클론’이 상륙했다는 이야기에 ‘저 폭풍들은 다 다른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한 경험, 다들 있으시죠? 거대한 구름 소용돌이의 모습은 비슷해 보이는데, 왜 이렇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걸까요? 결론부터 시원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들은 사실 모두 똑같은 성질을 가진 ‘열대저기압’이라는 한 가족입니다. 하지만 이름 말고도, 우리가 사는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 하나 더 숨어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강력한 바람의 형제들이 왜 각기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진짜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지, 그 모든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한 가족, 세 개의 이름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은 모두 따뜻한 열대 바다에서 태어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17미터 이상인 강력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성 저기압’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즉, 과학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한 자연 현상입니다. 단지 태어난 바다, 즉 발생 지역에 따라 그 지역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 다를 뿐입니다. 마치 같은 사람이라도 어느 나라에 가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를 포함한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면 ‘태풍(Typhoon)’, 미국과 멕시코 등이 있는 ‘북대서양’이나 ‘북동태평양’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Hurricane)’, 그리고 인도나 호주 근처의 ‘인도양’이나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릅니다. 이 발생 지역만 기억하면, 더 이상 세 개의 이름 앞에서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회전 방향에 숨겨진 비밀
이름이 다르다는 것 외에, 진짜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회전 방향’에 있습니다. 이는 폭풍이 지구의 북쪽(북반구)에서 태어났는지, 남쪽(남반구)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아주 신기한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과 미국에 가는 허리케인은 모두 북반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위성 사진에서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반면, 호주 근처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은 대부분 남반구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이와는 정반대인 ‘시계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이는 지구가 스스로 회전(자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코리올리 효과’라는 힘 때문인데, 북반구에서는 움직이는 물체를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위성 사진을 볼 때, 회전 방향만으로도 이 폭풍이 지구의 어디쯤에서 생겨났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따뜻한 바다의 아기, 탄생의 순간
이 거대한 폭풍들은 어떻게 태어나는 걸까요? 그 시작은 바로 한여름의 따뜻한 열대 바다입니다. 수온이 26도 이상인 따뜻한 바다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공기 중으로 내뿜는 거대한 에너지 공장과 같습니다. 이 뜨거운 수증기는 가벼워져 위로 올라가면서 식고, 거대한 뭉게구름(적란운)을 만듭니다.
이때 지구의 자전이 이 구름 기둥을 회전시키기 시작하고, 주변의 더 많은 수증기를 빨아들이면서 점차 거대한 소용돌이로 성장하게 됩니다. 따뜻한 바다라는 밥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아기 저기압이, 마침내 강력한 힘을 가진 태풍이나 허리케인, 사이클론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폭풍 속 고요한 중심, 태풍의 눈
거대한 폭풍의 위성 사진을 보면 항상 그 중심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보이는 ‘태풍의 눈’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파괴할 듯한 무시무시한 폭풍의 한가운데가 왜 거짓말처럼 고요하고 맑은 걸까요? 이는 폭풍의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폭풍의 벽을 이루는 구름은 강력하게 상승하는 공기의 흐름이지만, 그 중심부에서는 오히려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하강 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면 구름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에, 폭풍의 눈 안에서는 비바람이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아주 잠깐뿐이며, 눈을 벗어나는 순간 다시 지옥 같은 폭풍우를 만나게 되므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름은 누가 지어줄까?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의 이름이 ‘개미’나 ‘나리’처럼 친숙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각 지역별로 폭풍의 이름을 미리 정해놓은 목록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속한 태풍위원회에서는 14개 회원국이 각각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순서대로 사용하고, 마지막 이름까지 사용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합니다.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 역시 각 지역의 기상 기관들이 정해놓은 이름 목록을 알파벳 순서대로 사용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여러 개의 폭풍이 동시에 발생하더라도 각각을 쉽게 구분하고, 그 위험성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그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의 위력은 다 똑같은가요?
A. 이름이 위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 가지 모두 약한 것부터 아주 강력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폭풍의 위력은 발생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바다로부터 공급받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Q. 회전 방향이 반대인 것 외에 다른 차이는 없나요?
A. 네, 없습니다. 회전 방향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물리적인 현상일 뿐, 폭풍의 구조나 성질, 위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Q. 왜 적도에서는 태풍이 생기지 않나요?
A.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회전을 만드는 힘(코리올리 효과)이 적도 바로 위에서는 ‘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즉, 구름 기둥이 생겨도 그것을 회전시켜 줄 힘이 없어 소용돌이로 발달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이해하기: 태풍 대 허리케인 대 사이클론 - Battlbox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의 가장 큰 차이는 발생 위치이며 모두 동일한 열대성 저기압입니다. -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토네이도 구분과 차이점 - 티스토리
발생 지역과 명칭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태풍은 북서 태평양, 허리케인은 대서양, 사이클론은 인도양에서 생깁니다. - 태풍·허리케인·토네이도 차이는 [아시나요] - 세계일보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은 모두 열대저기압이며 발생 지역에 따라 명칭과 영향을 받는 지역이 다릅니다. - 태풍과 허리케인, 뭐가 다를까? - 에코 매거진
동일한 자연현상인 열대성저기압을 발생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르게 부르는 명칭과 특징을 소개합니다. - [사이언스 지식IN]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 뭐가 다른가요? - 동아사이언스
세 종류의 열대성 폭풍우 간 차이점을 쉽게 설명하며 발생 위치, 세기, 명칭 변화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