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 제품을 분해해 보거나 과학 상자를 조립해 본 적이 있다면 원통형으로 생겼거나 납작한 껌처럼 생긴 작은 부품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전선이 두 개 달린 이 작은 부품이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셨나요? 이것은 전자 회로의 핵심 요소인 축전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부품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순식간에 내보내는 '임시 배터리'이자, 전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다듬어주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가전제품이 고장 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부품 덕분입니다. 만약 전기가 불규칙하게 들어와서 기계가 망가질까 봐 걱정된다면, 이 작은 부품이 그 해결책이 되어줍니다. 오늘은 전기를 담아두는 신기한 그릇인 커패시터(Capacitor)에 대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전기를 잠시 담아두는 작은 물탱크


축전기, 혹은 콘덴서라고 불리는 이 부품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탱크'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나오다가 갑자기 단수가 되면 물을 쓸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수도꼭지 옆에 작은 물탱크를 설치해 두고 물을 받아 놓으면, 수도 공급이 잠시 끊겨도 탱크에 저장된 물을 사용하여 손을 씻을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로에 전기가 흐를 때 여분의 전기를 미리 저장해 두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다 전원 공급이 불안정해지거나 아주 잠깐 전기가 끊어지는 순간, 저장해 두었던 전기를 싹 내보내서 기계가 멈추지 않게 도와줍니다. 전자 제품의 전원을 껐는데도 전원 표시등이 서서히 꺼지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이 부품 안에 남아있던 전기가 소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떨어져 있는 두 금속판 사이의 줄다리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원리로 전기를 저장하는 걸까요?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주 얇은 두 개의 금속판이 서로 닿지 않고 아주 조금 떨어져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라는 물질이 채워져 있죠. 건전지를 연결하면 플러스 전기는 한쪽 판으로, 마이너스 전기는 반대쪽 판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이때 두 금속판 사이에서는 서로 만나고 싶어 하는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힘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마치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끌어당기지만 절연체 때문에 만날 수는 없는 이 긴장 상태, 이것이 바로 전기에너지가 저장된 상태입니다. 건전지를 떼어내도 이 친구들은 서로를 붙잡고 있는 힘 때문에 금속판 위에서 도망가지 않고 머물러 있게 됩니다.
배터리와는 다른 순발력 넘치는 에너지


많은 분이 "전기를 저장하면 배터리랑 같은 거 아니냐"라고 질문하십니다. 하지만 둘은 사용하는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배터리가 마라톤 선수라면, 축전기는 100m 달리기 선수입니다. 배터리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천천히 오랫동안 내보내는 데 특화되어 있지만, 한 번에 큰 힘을 내는 데는 약합니다.
반면에 이 부품은 저장 용량은 작지만, 필요할 때 순식간에 에너지를 뿜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가장 좋은 예가 카메라의 플래시입니다. "팡" 하고 터지는 강력한 빛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은 순간 엄청난 전기가 필요합니다. 배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할 때, 미리 충전해 둔 축전기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여 어둠을 밝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거친 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정수기


이 부품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바로 '노이즈 제거'입니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생각보다 깨끗하게 흐르지 않고 울퉁불퉁한 파도처럼 요동치며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이런 거친 전기가 예민한 컴퓨터 칩에 바로 들어가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부품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축전기가 정수기 필터처럼 중간에서 활약합니다. 전압이 너무 높게 들어오면 넘치는 전기를 흡수해서 저장하고, 반대로 전압이 뚝 떨어지면 저장해 둔 전기를 내보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덕분에 울퉁불퉁했던 전기의 파도가 잔잔한 호수처럼 변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이 오류 없이 작동하는 것도 다 이 부품이 전기를 깨끗하게 걸러주기 때문입니다.
직류는 막고 교류만 통과시키는 문지기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 부품은 전기의 성격에 따라 길을 열어주기도 하고 막기도 하는 문지기 역할을 수행합니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 전기는 금속판 사이가 끊겨 있기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고 꽉 막혀버립니다. 즉, 전기를 저장하는 순간 흐름이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방향이 계속 바뀌는 교류 전기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계속 바뀌면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기 때문에, 마치 전기가 통과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라디오나 오디오 기기에서 필요한 소리 신호(교류)만 골라내고 불필요한 잡음(직류 성분 등)을 걸러내는 훌륭한 필터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콘덴서와 커패시터는 서로 다른 부품인가요?
A. 아닙니다. 두 단어는 같은 부품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영미권에서는 '커패시터(Capacitor)'라고 주로 부르고, 일본이나 과거 한국에서는 '콘덴서(Condenser)'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최근 교과서나 전문 서적에서는 '축전기' 또는 '커패시터'로 용어를 통일해 가는 추세이니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Q. 전자 제품을 오래 쓰면 왜 이 부품이 고장 나나요?
A. 내부에 들어있는 전해액이라는 액체가 시간이 지나면 마르거나, 과도한 열을 받아 부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흔히 '임신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윗부분이 볼록하게 튀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져 기기가 자주 멈추거나 켜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교체가 필요합니다.
Q. 전원을 뺐는데도 만지면 감전될 수 있나요?
A. 네,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부품은 전기를 '저장'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코드를 뽑아도 내부에 충전된 전기가 한동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용량이 큰 경우, 분해하다가 단자에 손이 닿으면 "찌릿"하고 강한 충격을 받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가 아니라면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축전기 vs 배터리,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둘의 차이점
축전기 vs 배터리,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둘의 차이점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스마트폰의 배터리나 리모컨의 건전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전자 회로를 들여다보면, 건전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름은 낯선 ‘축전기(콘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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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축전기(capacitor)의 정의와 원리 - 생각하는 공대생 (제닉스)
축전기는 두 극판 사이에 유전체를 넣고 전하를 저장하는 기본 전자 부품이며, 전압에 따라 전기장과 에너지가 저장됩니다. - 04. 축전기 - 사물의 이치
축전기(커패시터)는 전기장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소자로, 두 도체판과 유전체로 이루어진 구조가 핵심 원리입니다. - 커패시터 원리와 구조
커패시터의 저장원리는 전압을 가하면 금속판에 전하가 축적되고, 유전체의 유전율과 구조에 따라 저장 용량이 결정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