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과 추석이 다가오면, 우리는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차례'를 지냅니다. 그런데 어른들께서 차례 음식을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전 부칠 때 파랑 마늘은 넣지 마라", "그 생선은 이름에 '치' 자가 들어가서 안 된다" 하시던 말씀을 들어본 기억, 다들 있으시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차례상에는 조상님에 대한 '정성'과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올리면 안 된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약속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글은 "왜 안 돼요?"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똑똑하게 대답해주고 싶은 엄마 아빠들을 위해, 그리고 이제 막 차례상 준비를 시작하는 초보 주부들을 위해,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들과 그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유를 알려드리는 친절한 문화 설명서입니다.
귀신을 쫓는 붉은색, '고춧가루와 팥'
차례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첫 번째 약속은 바로 '붉은색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붉은색이 잡귀신과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리는 풍습도 바로 이런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죠.
차례는 우리가 '좋은 신'인 조상님을 집안으로 정중하게 모시는 의식입니다. 그런데 귀신을 쫓아내는 붉은색의 고춧가루나 팥을 음식에 사용하면, 조상님들께서 "나를 쫓아내려는 건가?" 하고 오해하여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김치 대신 백김치를 올리고, 팥 시루떡 대신 하얀 콩고물이나 거피팥으로 만든 시루떡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향이 강한 양념, '마늘, 파, 후추'
두 번째 약속은 '향이 강한 양념'을 피하는 것입니다. 마늘, 파, 생강, 후추와 같은 향신료들은 음식의 맛을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차례 음식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오신채(五辛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강한 향과 자극적인 맛이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향이 너무 강한 음식을 올리면 조상님들의 혼이 그 기운에 놀라 음식 가까이 오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상님께 올리는 음식은 맛과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순하고 정갈해야 한다는 마음이 담긴 풍습입니다.
'치' 자로 끝나는 생선들
"갈치, 꽁치, 삼치... '치' 자로 끝나는 생선은 조상님 상에 올리는 게 아니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재미있는 유래가 섞여있습니다. 첫 번째는 '치'라는 발음이 어리석다는 뜻의 '치(痴)' 자와 같아, 좋은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멸치, 갈치, 꽁치처럼 '치' 자로 끝나는 생선들은 대부분 값이 싸고 흔한 생선으로 여겨졌습니다. 귀한 조상님께 올리는 제수 음식만큼은, 평소에 먹던 흔한 생선이 아닌 귀하고 살이 많은 '어(魚)'나 '기(記)'로 끝나는 조기, 민어, 병어 같은 좋은 생선을 올리고자 했던 자손들의 정성이 담긴 풍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숭아, 유일하게 퇴짜 맞는 과일
차례상에는 보통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올리지만, 유일하게 '복숭아'만큼은 절대 올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복숭아나무가 예로부터 귀신을 쫓는 힘을 가진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옛이야기 속에서 귀신을 물리치는 도구들이 대부분 복숭아나무 가지로 만들어지는 것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귀신을 쫓는 힘을 가진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면, 조상님의 혼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무서워서 도망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복숭아는 제사나 차례와 관련된 그 어떤 의식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금기 과일이 되었습니다.
비늘 없는 생선, '장어, 메기, 가물치'
생선을 올릴 때는 '치' 자 이름만큼이나 '비늘'의 유무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장어나 메기, 가물치처럼 비늘이 없는 물고기들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비늘 없는 물고기들이 뱀처럼 생겨 모양이 좋지 않다거나, 혹은 격이 떨어지는 생선으로 여겼던 옛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풍습입니다. 반면, 조기나 민어, 돔처럼 모양이 반듯하고 비늘이 온전히 붙어있는 생선을 '으뜸'으로 쳐서, 온전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조상님께 올리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그렇다면 요즘 우리가 먹는 과일인 바나나나 망고 같은 것도 올려도 되나요?
A. 전통 예법에는 정해진 바가 없지만, 최근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상님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과일이나, 제철에 나는 맛있는 수입 과일을 올리는 가정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므로, 가족들과의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차례상에 꼭 올려야 하는 음식이 있나요?A. 반드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보통 밥(메), 국(갱), 술(제주)을 기본으로 하고, 그 지역과 집안의 전통에 따라 제철 과일, 나물, 전, 생선, 고기(적) 등을 올립니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조율이시(대추, 밤, 배, 감 순서)'와 같은 진설법이 있지만, 이 역시 간소화되는 추세입니다.
Q. 저희 집은 그냥 평소에 먹던 김치도 올리고 다 하는데, 잘못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차례는 법으로 정해진 규칙이 아닌, 각 가정의 전통과 마음을 표현하는 의식입니다. 요즘에는 "조상님께서도 생전에 즐겨 드시던 음식을 올리는 것이 진짜 효도다"라며,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나 매운탕을 올리는 가정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조상을 기리는 '마음'입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차례상에 올릴 수 없는 음식들과 그 이유? - 윤정이아빠
복숭아, '치'로 끝나는 생선, 비늘 없는 생선, 파, 부정적 상징의 음식은 금기입니다. -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들, 알고 계셨나요? - 메타버스
복숭아, ‘치’로 끝나는 생선, 털 있는 과일, 고춧가루, 마늘이 대표적 금기 재료입니다. - 제사나 차례상에 올리면 안되는 음식과 그 이유는? - 산따블로그
복숭아, ‘치’로 끝나는 고기, 비늘 없는 생선, 마늘, 고춧가루는 차례상 금기입니다. - 차례상의 금기와 합리적 의심: '-치'로 끝나는 생선은 왜 - 청식저널
복숭아, 팥, ‘치’로 끝나는 생선 등은 미신 및 부정 의미로 차례상에 금기입니다. - [이슈이슈] 명절 차례상에 가급적 피해야 할 음식은? - 서울신문
키위, 팥, 마늘, 붉은 고춧가루, 털 있는 과일 등은 전통적으로 피해야 할 식재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