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계약 만료일은 다가오는데 집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어렵게 문자가 닿아도 “다음 세입자가 구해져야 돈을 줄 수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이사 갈 집 계약금까지 걸어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지죠. 내 피 같은 돈을 떼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우리는 ‘공탁’이라는 낯선 법률 용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혹시 ‘집주인 주소를 모르니, 법원에라도 내 보증금을 맡겨(공탁)두면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계셨나요? 만약 그랬다면, 당신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반대로 알고 계신 것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공탁’은 당신이 아닌 집주인이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당신에게는 공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확실하게 당신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있습니다.
‘공탁’은 빚진 사람의 마지막 성의 표시


우선 우리가 헷갈리는 ‘공탁’이라는 제도가 무엇인지부터 아주 쉽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탁은 돈을 갚아야 할 사람(채무자)이 돈을 받을 사람(채권자)에게 돈을 주고 싶은데, 받을 사람이 돈 받기를 거부하거나, 주소를 알 수 없어 돈을 줄 방법이 없을 때 이용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당신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당신이 갑자기 사라져 연락이 두절됐을 때, 집주인이 법원에 “세입자에게 줄 돈을 여기에 맡겨둘 테니, 나중에 찾아가세요. 저는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다했습니다”라고 증명하는 절차인 셈입니다. 즉, 이 제도는 당신이 아닌 ‘집주인’을 위한 제도이므로, 지금 당신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당신에게 진짜 필요한 해결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입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 임차권등기명령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이는 “이 집에 내가 돌려받을 보증금이 있다”는 사실을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에 공식적으로 ‘도장’을 찍어놓는 것과 같습니다. 이 도장 하나가 당신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줍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이 완료되면, 당신은 이사를 나가더라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라는 강력한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해도 내 보증금을 지킬 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죠. 또한, 등기부등본에 이 기록이 남으면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심리적으로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집주인 주소, 어떻게 찾아낼까?


임차권등기명령이나 이후의 법적 절차를 진행하려면 집주인의 정확한 주소를 알아야 합니다. 계약서 상의 주소에 집주인이 살지 않고 연락도 피하는 경우가 문제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합법적으로 집주인의 현재 주소를 알아낼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것입니다. 소장을 접수한 뒤, 법원을 통해 ‘사실조회신청’이나 ‘주민등록초본 발급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있는 집주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근거로, 법원이 통신사나 행정기관에 공식적으로 주소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죠. 이렇게 확보한 주소(보정된 주소)로 법원 서류를 보내면, 본격적인 법적 절차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빠르고 저렴한 해결책, 지급명령


본격적인 소송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부담스럽다면, ‘지급명령’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합니다. 지급명령은 일반 소송보다 훨씬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며, 시간도 단축되는 일종의 ‘미니 소송’ 또는 ‘독촉 절차’입니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서류 검토 후 집주인에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서를 보냅니다. 만약 집주인이 이 명령서를 받고 2주 안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 확정된 지급명령서를 가지고 당신은 집주인의 재산을 강제집행(경매 신청 등)하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최후의 수단, 보증금 반환 소송


만약 집주인이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사건은 자동으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이라는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물론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지만, 임대차 계약 사실과 보증금을 지급한 내역 등 증거가 명확하다면 세입자가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 모든 법적 절차의 대전제는, 서두에 말씀드린 ‘임차권등기명령’을 미리 해두어 나의 권리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사를 가야 하는 급한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신청하여 이사 갈 자유를 확보한 뒤, 차분하게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집주인에게 바로 알려지나요?
A. 네, 법원에서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문을 집주인에게 송달합니다. 따라서 집주인은 세입자가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압박을 느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Q. 임차권등기명령이나 소송에 들어간 비용도 집주인에게 받을 수 있나요?
A. 네, 받을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비용과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 비용은 모두 원인 제공자인 집주인(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집주인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어떻게 하죠?
A. 임대차 계약 시에는 반드시 집주인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인적 사항을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정보가 부실하여 법적 절차 진행이 어렵다면, 이는 사기 계약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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