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지은 흰쌀밥 위에 척 얹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깊고 진한 감칠맛. "역시 김치는 전라도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 맛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똑같은 배추와 고춧가루를 쓰는데, 왜 유독 전라도 김치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이 나는 걸까요?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단순한 짠맛을 넘어 김치에 '영혼'을 불어넣는 '젓갈'의 황금 비율에 있습니다. 오늘은 30년 넘게 전라도식 김치를 담가오신 저희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운,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닌 진짜 '남도식 김치'를 완성하는 젓갈 활용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알려드리겠습니다.
전라도 김치는 왜 '젓갈'에 진심일까?
전라도가 유독 젓갈을 많이 쓰는 이유는, 풍요로운 서해와 남해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싱싱한 생선과 새우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었던 '젓갈'은, 단순한 저장 음식을 넘어 김치에 깊은 감칠맛과 풍미를 더하는 최고의 '천연 조미료'였습니다.
다른 지역 김치가 멸치액젓 하나로 맛을 낸다면, 전라도 김치는 최소 서너 가지의 젓갈을 섞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의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이 '젓갈 블렌딩'이야말로 전라도 김치 맛의 핵심이자,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를 만들어내는 비법입니다.
베이스를 책임지는 든든한 형님, '멸치젓'
모든 젓갈 블렌딩의 가장 기본이자, 든든한 베이스를 책임지는 것은 바로 '멸치젓'입니다. 이때, 우리가 흔히 쓰는 맑은 '멸치액젓'이 아니라, 멸치를 통째로 갈아 넣어 걸쭉하고 진한 '멸치육젓'이나 '갈치속젓'을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걸쭉한 멸치젓은 김치에 구수하고 묵직한 감칠맛의 기본 뼈대를 만들어 줍니다. 마치 찌개를 끓일 때 진한 육수를 먼저 내는 것과 같은 원리죠. 김치가 익으면서 뼈 속까지 깊은 맛이 배어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재료입니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조력자, '새우젓'
멸치젓이 묵직한 베이스를 담당한다면, '새우젓'은 김치에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더하는 최고의 조력자입니다. 특히, 6월에 잡은 살이 통통한 '육젓'을 사용하면, 씹히는 맛과 함께 김치 전체에 시원하고 개운한 풍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새우젓은 배추의 아삭한 식감을 살려주고, 김치가 익어도 쉽게 무르지 않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 묵직한 멸치젓의 맛을, 새우젓이 한층 더 가볍고 시원하게 만들어주어 맛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아주는 셈입니다.
황금비율의 비밀 병기, '생새우'와 '갈치'
이제부터가 바로 전라도 김치 맛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비밀 병기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바로 소금에 절이지 않은 '생새우'를 갈아 넣는 것입니다. 생새우는 젓갈이 줄 수 없는, 아주 신선하고 달큰한 감칠맛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갈치'를 뼈째 토막 내어 김치 사이사이에 박아 넣기도 합니다. 김치가 익는 동안 갈치의 살과 뼈가 서서히 녹아내리며, 그 어떤 조미료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시원한 '천연 육수'를 만들어 냅니다. 이 두 가지 비밀 병기가 바로, 다른 지역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전라도식 감칠맛'을 완성하는 열쇠입니다.
어머니의 황금비율 레시피 (배추 10포기 기준)
자, 이제 저희 어머니께서 30년간 지켜온 '젓갈 황금비율'을 공개합니다. 물론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이 비율만 지켜도 실패 없는 깊은 맛을 낼 수 있을 겁니다.
- 멸치육젓(또는 갈치속젓): 2컵 (종이컵 기준)
- 새우젓(육젓): 1컵
- 생새우(곱게 간 것): 1컵
- 멸치액젓(맑은 것): 1컵 (간을 맞추는 용도)
위의 젓갈들을 모두 섞어 기본 양념을 만들고, 김치를 버무리면서 최종적인 간은 맑은 멸치액젓으로 조절해 주면 됩니다. 이 비율은 "묵직함, 시원함, 그리고 신선함"이라는 세 가지 맛의 균형을 잡는 최적의 조합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젓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짜지 않을까요?
A. 좋은 질문입니다. 그래서 전라도 김치는 양념을 만들 때 설탕 대신, '배'나 '양파', '무'를 갈아 넣어 단맛과 수분을 보충하고, 찹쌀이나 멥쌀로 '풀'을 쑤어 짠맛을 중화시키고 양념이 잘 섞이도록 돕습니다. 젓갈의 짠맛을 다른 재료들과의 '조화'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젓갈 냄새가 너무 비리지 않을까요?
A. 신선하고 좋은 젓갈을 사용하면, 비린내 대신 구수하고 깊은 감칠맛이 납니다. 또한, 생강과 마늘을 넉넉히 넣고, '고춧씨'를 함께 갈아 넣으면 젓갈의 비린내는 잡고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더할 수 있습니다.
Q. 서울/경기식 김치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젓갈'과 '풀'의 사용입니다. 서울/경기식 김치는 새우젓을 중심으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반면, 전라도식 김치는 여러 젓갈을 섞어 깊고 진한 맛을 냅니다. 또한, 찹쌀풀을 쑤어 넣어 양념이 더 진하고 걸쭉한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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