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매년 5월 8일로 날짜가 고정되어 있는데, 왜 할머니 생신이나 설날, 추석 같은 명절은 매년 날짜가 휙휙 바뀌는 걸까요? 어릴 적 달력을 보며 ‘왜 어떤 날은 양력으로 세고, 어떤 날은 음력으로 세는 거지?’, ‘둘 중에 뭐가 더 정확한 달력일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을 가져보셨을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먼저 ‘정확하다’는 말의 기준부터 정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두 달력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마치 자전거와 자동차처럼,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기준’을 따라 만들어진,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두 달력의 과학적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해를 따르는 달력, 양력
먼저 우리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양력(陽曆)’입니다. 양력은 이름의 ‘양(陽)’ 자가 ‘태양’을 의미하듯, 오직 ‘태양’의 움직임만을 기준으로 만든 달력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시간, 즉 ‘공전 주기’를 1년으로 삼은 것이죠.
지구의 공전 주기는 약 365.2422일입니다. 이 애매한 소수점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양력은 일단 1년을 365일로 정하고,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4년에 한 번씩 2월 29일이라는 ‘윤일’을 두어 하루를 추가합니다. 우리가 4년마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만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숨어있습니다.
양력, 계절과는 찰떡궁합
태양을 기준으로 만든 양력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계절의 변화’와 아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위치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양력으로는 매년 1월은 춥고, 8월은 더우며, 씨앗을 심고 추수하는 시기를 예측하기가 아주 편리합니다.
농업이 중요했던 과거 사회는 물론, 오늘날에도 우리의 모든 일상은 계절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 양력을 표준 달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이보다 더 정확한 달력은 없는 셈이죠.
달을 따르는 달력, 음력
다음은 우리의 전통 명절을 책임지는 ‘음력(陰曆)’입니다. 음력은 이름의 ‘음(陰)’ 자가 ‘달’을 의미하듯, 오직 ‘달’의 모양 변화를 기준으로 만든 달력입니다.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달의 모양이 삭(그믐)에서 망(보름)을 거쳐 다시 삭으로 돌아오는 주기를 ‘한 달’로 삼은 것이죠.
달의 모양 변화 주기는 약 29.5일입니다. 그래서 음력은 한 달을 29일(소월) 또는 30일(대월)로 정합니다. 이렇게 12달을 모으면 1년은 약 354일이 됩니다. 양력의 365일보다 11일이나 짧죠. 이 차이가 바로 음력 날짜가 매년 바뀌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음력의 고민, 그리고 ‘윤달’
1년에 11일씩 차이가 나다 보니, 음력만 계속 사용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3년만 지나도 한 달 이상 차이가 벌어져, 분명 1월인데 날씨는 한여름인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계절과 날짜가 완전히 어긋나 버리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아주 똑똑한 해결책을 생각해 냈습니다. 바로 ‘윤달(閏月)’이라는 ‘공짜 달’을 중간에 끼워 넣는 것입니다. 보통 2~3년에 한 번씩, 혹은 19년에 7번꼴로 윤달을 두어, 양력과의 날짜 차이를 보정하고 계절을 다시 맞추는 것이죠. 이처럼 음력은 사실 달과 해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한 ‘태음태양력’이라는, 아주 정교하고 과학적인 달력입니다.
그래서, 누가 더 정확할까?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어떤 달력이 더 정확할까요? 만약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는 정확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당연히 태양을 기준으로 한 ‘양력’이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만약 ‘조수간만의 차나 어업 활동 시기를 예측하는 정확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달의 인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음력’이 훨씬 더 유용하고 정확할 수 있습니다. 즉, 두 달력은 서로 다른 자연 현상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그 ‘정확성’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큰 달’과 ‘작은 달’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음력에서 한 달의 길이는 달의 실제 움직임을 천문학적으로 계산하여 정합니다. 따라서 양력처럼 7월은 31일, 9월은 30일처럼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매년 그 해의 달의 움직임에 따라 큰 달(30일)과 작은 달(29일)이 달라집니다.
Q. 그럼 ‘윤초’는 또 다른 건가요?
A. ‘윤초(Leap Second)’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을 보정하기 위해, 아주 가끔씩 하루의 마지막에 ‘1초’를 추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윤일’이나 ‘윤달’이 달력과 계절의 오차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윤초’는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시계)과 지구의 실제 자전 시간 사이의 오차를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Q. 다른 나라에도 음력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이슬람력’은 달의 움직임만을 따르는 순수한 태음력이며,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해와 달을 모두 고려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양력과 음력이 나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아하
양력은 지구의 태양 공전을 기반으로 하고, 음력은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달력으로, 두 달력의 과학적 원리와 역사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 [생활속의 과학] '달력' .. 음력, 양력보다 과학적이다 - 한국경제
음력이 한 달의 길이를 달의 주기로 정해 자연의 원칙을 철저히 반영하는 점과, 양력이 태양의 공전주기를 바탕으로 하는 점을 과학적으로 비교합니다. - 음력이란 무엇이고 양력과 어떻게 다를까? - 티스토리
음력과 양력의 과학적 원리, 윤달과 윤년, 활용 문화 및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자료입니다. - 6. 음력, 양력, 절기, 윤달 - 우리역사넷
음력과 양력의 기원과 차이, 윤달과 윤년의 발생 원리, 절기의 의미 등을 역사적·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 양력과 음력은 어떻게 다른가요? - YouTube
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3분이라는 짧은 영상으로 간략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입문자용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