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식탁의 단골손님이자 국민 간식이던 오징어가 '금(金)징어'라는 낯선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른오징어 한 축에 흠칫 놀라고, 오징어볶음 한번 해 먹기가 부담스러워진 현실. "대체 왜 이렇게 비싸진 거야?" 하는 답답한 마음, 다들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금처럼 귀해진 이 친구의 몸값 뒤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바닷속의 슬픈 외침이 숨어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답은 단 하나의 원인이 아닌, '변해버린 바다 환경'과 '치열해진 인간의 욕심'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오늘 그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우리 바다에서 사라진 오징어 떼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동해의 밤바다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밝히는 집어등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동해의 어부들은 만선(滿船)의 꿈을 접은 채, 텅 빈 그물로 항구에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아졌다고 한숨을 쉽니다.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의 양, 즉 어획량이 상상 이상으로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바로 '수요와 공급'입니다.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시장에 풀리는 물건의 양(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드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의 국민 간식이 귀한 몸이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 바다에서 이 친구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뜻해진 바다, 이사 가버린 오징어
그렇다면 이 많던 오징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가장 큰 범인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매일 체감하고 있는 '기후 변화'입니다. 오징어는 찬 물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의 수온이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들에게는 너무 뜨거운 집이 되어버린 것이죠.
마치 우리가 여름에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을 찾듯, 이 친구들도 자신들이 살기 좋은 차가운 물을 찾아 점점 더 북쪽으로, 혹은 더 깊은 바닷속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어장이 더 이상 이들에게 매력적인 동네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 슬픈 이사가 어획량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밤바다의 불빛, 끝나지 않는 경쟁
환경적인 요인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바로 '인간의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 어민들의 속을 가장 까맣게 태우는 것은 바로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조업입니다. 수백, 수천 척에 달하는 중국 어선들은 북한과 인접한 동해 공해상에 거대한 선단을 이루고, 대낮처럼 밝은 불빛으로 오징어 떼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오징어가 우리 바다로 들어오는 길목을 먼저 가로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 어장에 풍성한 어군을 형성해야 할 이 바다의 손님들이, 국경을 넘기도 전에 중국 어선의 그물에 모조리 잡혀버리는 것이죠. 이처럼 국경 없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자원 경쟁이, 우리 어민들의 그물을 텅 비게 만드는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총알오징어의 눈물, 너무 빨리 잡혀요
여기에 더해, 우리 스스로 미래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안타까운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어린 오징어, 이른바 '총알오징어'의 남획입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어린 개체들을 너무 많이 잡아들이는 것이죠.
이는 마치 덜 익은 풋사과를 따는 것과 같습니다. 이 어린 친구들은 알을 낳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우리 식탁에 오릅니다. 어른이 되어 수많은 알을 낳아야 할 예비 부모들이 사라지니, 다음 세대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해결책으로, 어린 개체를 보호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식탁 위 오징어, 앞으로 만날 수 있을까?
이처럼 '금징어' 현상은 따뜻해진 바다, 주변국의 싹쓸이 조업, 그리고 우리의 무분별한 남획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낸 슬픈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마법 같은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정부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강화하고, 어린 오징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를 설정하는 등 자원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비자들 역시 '총알오징어'의 소비를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이 노력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의 식탁 위에서 부담 없이 오징어를 만날 날을 다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마트에 파는 페루산 같은 수입 오징어는 왜 싼가요?
A. 우리가 주로 먹는 살오징어(동해산)와는 종류가 다른 대왕오징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어장의 규모나 조업 방식, 인건비 등 생산 조건이 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습니다.
Q. 오징어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비쌀까요?
A. 단기간에 급격히 싸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은 쉽게 해결될 수 없으며, 자원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획량에 따라 가격 변동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오징어 대신 먹을 만한 다른 수산물은 없을까요?
A. 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징어 대신 비교적 어획량이 안정적인 한치나 꼴뚜기 등이 주목받고 있으며, 비슷한 식감의 문어나 주꾸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2025년 오징어값, 왜 다시 싸졌을까? 현장에 다녀와보니 - 코스티
최근 몇 년간 오징어 가격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 동해안 수온과 염도 변화, 장마 영향 등을 꼽으며 어획량과 밀접한 관계를 현장 분석과 함께 설명합니다. - “오징어 1만원 육박” 어장 지도 바뀐다… 기후변화 대응 나선 해양수산부 - 조선비즈
기후변화로 인한 연근해 어획량 감소와 북상, 어장 분포 변화가 오징어 가격에 미친 영향과 정부의 대응 정책을 다룹니다. - 관식이가 잡던 오징어는 어디로…어획량 20만t 사라졌다 - 연합뉴스
오징어 어획량이 1990년대 이후 급감한 이유로 남획과 기후변화, 수온 상승 등을 지적하며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 남미산 오징어 어획량 줄자…진미채 가격 1년 새 2배 - 한국경제
남미산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진미채 등 가공품 가격이 크게 상승한 사례를 통해 글로벌 어획량 변화가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합니다. - 수산물 소매가격 과거가격자료 - KAMIS
오징어 가격과 어획량의 연도별 변동 데이터를 제공하여 가격 등락의 추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