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쥐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펜을 잡고...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우리 손가락. 어느 날 아침, 뻣뻣하게 굳어 주먹조차 잘 쥐어지지 않고,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파오는 통증에 덜컥 겁이 난 경험, 있으신가요? "손을 많이 써서 그렇겠지" 하고 파스 한 장 붙이고 넘기기엔, 그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손가락 마디 통증의 원인은 아주 다양해서, "이것 때문이다!" 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위치'와 '시간', 그리고 '동반되는 증상'을 잘 살펴보면, 마치 탐정처럼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손가락을 괴롭히는 가장 흔한 원인 7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손가락 '끝마디'가 붓고 아프다면? (퇴행성 관절염)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퇴행성 관절염'입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혹은 손을 많이 사용하면서 손가락 관절 사이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기계가 낡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입니다.
자가진단 포인트는 바로 '통증의 위치'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주로 손가락 '끝마디'에 잘 생기며, 마디가 굵어지고 '헤베르덴 결절'이라는 작은 뼈 돌기가 튀어나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손을 쓰지 않는 아침보다는, 손을 많이 사용한 오후나 저녁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침에 뻣뻣하고 양손이 다 아프다면? (류마티스 관절염)
만약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어 30분 이상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고, 양쪽 손에 대칭적으로 통증이 나타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강력히 의심해야 합니다. 이는 면역 체계가 우리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단순한 관절염과는 차원이 다른 병입니다.
주로 손가락 '중간 마디'나 손바닥과 이어지는 '첫 마디'가 붓고 아픈 경우가 많으며, 원인 모를 피로감이나 미열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는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므로, 의심된다면 즉시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이 시큰거린다면? (드꿰르벵 병)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거나, 아기를 안는 등 엄지손가락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주부나 직장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이는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그 힘줄을 감싸는 막(건초)에 염증이 생기는 '건초염'의 일종입니다.
간단한 자가진단법이 있습니다. 아픈 쪽 손의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뒤,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어보세요. 이때 엄지손가락 쪽 손목에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드꿰르벵 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가락이 '딸깍' 걸리고 안 펴진다면? (방아쇠수지 증후군)
손가락을 구부렸다 펼 때,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특정 마디에서 '딸깍'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아예 펴지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방아쇠수지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이 부어오르거나, 힘줄이 지나가는 터널이 좁아져서 발생합니다.
주로 손을 많이 사용하는 특정 손가락(엄지, 중지, 약지)에 잘 생기며,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손바닥 쪽 손가락이 시작되는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손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둔하다면? (손목터널 증후군)
만약 손가락 마디 통증과 함께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과 손바닥이 저리고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는 손목 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 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손목 안쪽의 작은 통로(수근관)가 좁아져, 그 안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압박받는 것이 원인입니다.
밤에 통증이 더 심해져 잠을 깨는 경우가 많고, 손을 탈탈 터는 동작을 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역시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특정 손가락 마디가 퉁퉁 붓고 뜨겁다면? (통풍)
통풍은 보통 엄지발가락에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드물게 손가락 관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요산'이라는 물질이 관절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주로 기름진 음식이나 과음 후에 갑자기 특정 관절이 극심한 통증과 함께 붉게 붓고, 열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플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찾아왔다면, 통풍의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내과나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가락 피부에 이상이 있다면? (건선성 관절염)
마지막으로, 피부 질환인 '건선'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건선성 관절염'입니다. 건선 환자의 약 10~30%에서 발생하며, 피부 증상과 함께 손가락 관절이 퉁퉁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손가락 하나가 소시지처럼 전체적으로 퉁퉁 붓는 모습을 보이거나, 손톱이 움푹 패거나 두꺼워지는 변화가 동반된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부과와 류마티스 내과의 협진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손가락 통증,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하나요?
A. 통증의 양상에 따라 다릅니다. 관절이 굵어지거나 '딸깍' 걸리는 등 기계적인 문제가 의심되면 '정형외과'를, 아침에 뻣뻣하고 양손이 다 아픈 등 염증성, 면역계 질환이 의심되면 '류마티스 내과'를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손가락 스트레칭은 도움이 되나요?
A. 네, 큰 도움이 됩니다. 손가락을 쫙 폈다가 주먹을 쥐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손가락을 뒤로 부드럽게 젖혀주는 스트레칭은 혈액순환을 돕고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급성 통증이 있을 때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파라핀 치료가 효과가 있나요?
A. 네, 특히 퇴행성 관절염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뻣뻣함과 통증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따뜻한 파라핀의 열기가 관절 깊숙이 전달되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줍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손가락 마디 통증, 의심 질환 4가지와 치료법 알아보기 - 닥터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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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관절염 초기 증상과 자가진단 방법을 1분 내외로 간략하게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