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길, 제 머릿속은 온통 한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행성에서 단 몇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우주선으로 돌아오니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훌쩍 늙어버린 동료의 모습. 그 충격적인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상상을 넘어 ‘시간이란 대체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영화 속에서 그려진 이 기묘한 시간의 뒤틀림은 허무맹랑한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오히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우리에게 알려준 ‘상대성이론’이라는 위대한 지혜에 매우 충실하게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경험한 이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죠.
모두의 시계는 똑같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시간이라는 것이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 절대적인 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겪는 1분과 친구가 겪는 1분은 완벽히 같다고 믿어 의심치 않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 당연해 보이는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시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며, ‘중력’과 ‘속도’라는 두 가지 조건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말입니다.
마치 흐르는 물의 속도가 강의 폭이나 경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 역시 우주의 어떤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스텔라 속 시간 여행의 모든 비밀은 바로 이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혁명적인 생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거대한 볼링공과 휘어지는 시공간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상상을 해봅시다. 팽팽하게 당겨진 거대한 고무판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말한 ‘시공간’입니다. 이 고무판 위에 가벼운 구슬을 올려놓으면 살짝 오목하게 파이겠죠. 하지만 만약 아주 무거운 볼링공을 올려놓는다면, 고무판은 그 무게에 의해 아주 깊고 가파르게 푹 꺼져버릴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가 시공간을 이렇게 휘게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중력이 강한 물체일수록, 즉 무거운 볼링공일수록 시공간을 더욱 깊게 휘게 만들죠. 영화 속 거대한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우리 태양계의 그 어떤 천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상상 초월의 볼링공인 셈입니다.
밀러 행성의 1시간, 지구의 7년


주인공 쿠퍼 일행이 착륙했던 첫 번째 행성, ‘밀러 행성’은 바로 이 거대한 볼링공인 가르강튀아의 바로 곁을 돌고 있었습니다. 즉, 시공간이 가장 깊고 가파르게 휘어져 있는, 중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곳이었죠.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집니다’.
마치 깊게 파인 고무판의 경사면을 따라가는 개미가 평평한 곳을 가는 개미보다 더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강한 중력 아래의 시간은 다른 곳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흘러가게 됩니다. 그래서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이, 중력이 훨씬 약한 우주선 속 동료에게는 7년이라는 긴 세월로 흘러갔던 것입니다. 이것은 공상이 아닌, 일반 상대성이론이 예측하는 정확한 물리 현상입니다.
미래로 가는 편도 티켓


그렇다면 우리는 이 원리를 이용해 진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절반만 맞다’입니다. 상대성이론이 말하는 시간 여행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오직 ‘미래’로만 향하는 편도 티켓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주 빠른 우주선을 타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여행하거나, 블랙홀처럼 중력이 강한 곳 근처에 잠시 머물다 지구로 돌아온다고 상상해봅시다. 우주선 안의 나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지만, 지구의 시간은 평소처럼 빠르게 흘렀을 겁니다. 결국 나는 몇 년의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지구는 수백, 수천 년의 미래가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로의 여행은 왜 불가능할까?


많은 영화가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의 물리학은 과거로의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과율의 법칙’, 즉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뒤바꿀 수 없다는 우주의 근본적인 규칙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나의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막는다면, 나는 애초에 태어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과거로 돌아가는 행동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할아버지의 역설). 이처럼 과거로의 여행은 수많은 논리적 모순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과학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GPS 내비게이션에도 상대성이론이 쓰인다는데, 사실인가요?
A. 네, 사실입니다. 지구 궤도를 도는 GPS 위성은 지표면보다 중력이 약하고(시간이 빨리 감),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시간이 느려짐), 이 두 가지 상대성이론 효과를 모두 보정해주어야만 정확한 위치 정보를 우리에게 보내줄 수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셈입니다.
Q. 만약 제가 밀러 행성에 있었다면,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나요?
A. 아니요, 자기 자신은 시간의 흐름이 변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할 수 없습니다. 나의 생각, 심장 박동, 시계의 움직임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이 느껴질 겁니다. 오직 나중에 중력이 약한 곳에 있는 사람과 시간을 비교했을 때만, 내 시간이 더 적게 흘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Q. 영화 마지막에 나온 5차원 공간(테서랙트)도 과학적으로 가능한가요?
A. 이 부분은 영화의 과학적 사실에 상상력이 더해진 ‘공상과학(SF)’ 영역입니다. 현재의 물리학으로는 5차원 공간의 존재나, 그곳에서 과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시간 팽창은 과학이지만, 테서랙트는 영화적 장치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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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인터스텔라] 중력과 시간의 개념, 인류는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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