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거대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하루아침에 파산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마치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백화점이 갑자기 문을 닫아버린 것과 같은 사건이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거대한 은행의 몰락은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빌려준 주택 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라는 위험한 폭탄이 터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은행 파산이 뭐 그리 대수라고 전 세계가 휘청였을까?’ 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또 무슨 어려운 말일까?’ 하는 궁금증이 드셨다면, 오늘 이 글이 모든 의문을 풀어줄 명쾌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너무나도 달콤했지만 결국 세상을 위기에 빠뜨린 이 위험한 돈의 흐름을, 아주 쉬운 이야기로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누구나 집을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이야기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은 금리가 매우 낮아 은행에 돈을 넣어두어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은행 예금 대신, 사두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는 ‘집’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집값은 끝없이 오를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은행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어 이자 수익을 올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신용이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까지 “괜찮다,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 걱정 말고 빌려라!” 하며 아주 쉬운 조건으로 주택 자금을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서브프라임(Subprime, 비우량)’ 등급의 사람들에게 빌려준 ‘모기지론(Mortgage Loan,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위험한 폭탄 돌리기 게임의 시작
그런데 은행들은 이 위험한 대출을 자신들이 계속 가지고 있기가 불안했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사람들이 돈을 못 갚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주 기발한, 하지만 위험한 생각을 해냅니다. 수천, 수만 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한데 묶어,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MBS, CDO)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 ‘선물세트’를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다른 거대 투자은행들에게 “이 상품은 아주 안전하고 수익률도 높다”며 팔아넘기기 시작했습니다. 몇 명이 돈을 못 갚더라도, 수천 명 중 대부분은 돈을 갚을 것이고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 절대 손해 볼 일 없다는 논리였죠. 마치 위험한 폭탄을 서로에게 돌리는 게임과 같았습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집값 거품의 붕괴
모든 것은 ‘집값은 영원히 오른다’는 믿음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죠. 미국 정부는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넉넉지 않은 형편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매달 내야 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자, 은행은 집을 빼앗아 팔려고 내놓았지만, 시장에는 이미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결국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집값은 순식간에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거품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폭탄을 떠안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바로 이 순간, 폭탄 돌리기 게임의 막바지에 폭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던 리먼브라더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사들였던 수많은 ‘종합선물세트’가, 사실은 아무도 돈을 갚지 않는 ‘휴지 조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리먼브라더스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고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미국 정부는 ‘스스로의 탐욕이 부른 위기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구제 금융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단순히 한 회사가 망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리먼브라더스와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은행 하나가 무너지자, 마치 도미노처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기업들은 돈을 구하지 못해 투자를 줄이고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이 거대한 금융위기의 쓰나미는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도 닥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등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의 금융 시스템 붕괴가 전 세계를 얼마나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왜 미국 정부는 리먼브라더스를 구해주지 않았나요?
A.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전, 미국 정부는 비슷한 위기에 처했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구제해 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위험한 투자를 해도 결국 정부가 구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즉 ‘도덕적 해이’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에 경고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리먼브라더스를 구제하지 않는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Q. 이 사건이 우리나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세계 경제가 얼어붙자,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주식 시장(KOSPI)이 반 토막 날 정도로 폭락했고,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하여 수입 물가가 치솟는 등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Q. 지금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같은 위험한 상품이 있나요?
A.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은행의 위험한 투자를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거나 위험한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반복되기에, 우리는 항상 이 사건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김대호 진단] '리먼 사태' 역사의 교훈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서브프라임 대출 과열, 금리 및 집값 급변이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불렀다. - 미국, 은행파산의 역사 :: 리먼브라더스 사태 알아보기
과도한 부동산 대출과 파생상품 투자, 시장 리스크 방치가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핵심 원인이다. -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 위키백과
부실모기지파생상품 집중 투자와 금융위기 속 구조 실패로 2008년 6000억 달러 부채와 함께 파산했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신용등급 낮은 차주에 무분별 대출된 부실채권이 연쇄 파산과 리먼발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나무위키
집값 급락과 서브프라임 부실이 투자은행 부도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급된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