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내가 가진 것에 따라 유리한 기준을 내세우기 쉽습니다. 이 복잡한 질문에 아주 명쾌하고 기발한 해답을 제시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존 롤스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롤스는 ‘가장 불리한 입장에 놓일 사람조차도 동의할 수 있는 규칙’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의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생각은 우리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공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계신다면, 롤스의 지혜로운 여정에 함께 동참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첫째, 모두가 동의할 규칙을 위한 출발선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랍니다. 부유한 집안의 자녀, 가난한 집안의 자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등 각자의 위치가 다르죠.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규칙을 정한다면,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목소리를 내게 될 겁니다. 롤스는 이러한 이기심을 배제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을 찾기 위한 특별한 상상을 제안합니다. 바로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라는 가상의 출발선입니다.
이것은 사회를 구성하기 전, 모든 사람이 모여 어떤 규칙 아래에서 살아갈지 함께 합의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입니다. 이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만들어질 사회의 기본 구조와 원칙을 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올바른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첫걸음은,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가 평등한 자격으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공정한 상황을 설정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둘째, ‘무지의 베일’이라는 공정한 안대
원초적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바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입니다.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이 베일을 쓰면,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전혀 알 수 없게 됩니다. 내가 남성일지 여성일지, 부자일지 가난할지, 건강할지 아플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등 자신의 모든 조건이 가려지는 것이죠. 마치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내 캐릭터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와 같습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놓일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비로소 이기심을 버리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내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죠. 이처럼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모르게 만드는 ‘무지의 베일’은, 우리 모두를 공평한 판단을 내리는 이성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셋째, 제1원칙: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기본 권리
무지의 베일을 쓴 채 사회 규칙을 정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신이라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장받고 싶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최우선으로 꼽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롤스가 말하는 ‘정의의 제1원칙’, 즉 ‘평등한 자유의 원칙’입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과 집회의 자유, 선거권과 같은 정치적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는 사회적 효율성이나 다수의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합의할 사회의 절대적인 기반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명확히 합니다.
넷째, 제2원칙: 약자를 위한 현명한 불평등
모든 사람이 기본적 자유를 누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회에는 필연적으로 부와 지위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롤스는 이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두 번째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 원칙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째는 모든 직위와 자리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어야 한다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부분인 ‘차등의 원칙’입니다. 이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바로 그 불평등이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즉 ‘최소 수혜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많은 돈을 버는 것이 허용되는 이유는 그로 인해 사회 전체의 의료 시스템이 발전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도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불평등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불평등이 공동체 모두에게, 특히 약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현명한 해법입니다.
그래서, 롤스의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롤스의 정의론은 단순히 책 속에만 존재하는 어려운 이론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현실의 다양한 사회 갈등과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각의 틀’을 제공합니다. 부동산 정책, 세금 제도, 복지 정책 등 수많은 사회적 논쟁 앞에서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사회에서 가장 힘든 상황에 부닥친다면, 이 정책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롤스가 제시한 올바른 사회를 위한 철학적 기준은 완벽한 정답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이 나침반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건강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롤스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나요?
A. 아닙니다. 롤스는 결과의 완전한 평등을 주장하는 공산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합니다. 다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만 정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Q. ‘무지의 베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상 아닌가요?
A. 네, 맞습니다.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장치, 즉 ‘사고 실험’입니다. 이것은 공정한 원칙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의 편견과 이기심을 잠시 내려놓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도록 돕는 철학적 도구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Q. 롤스의 정의론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가요?
A. 물론입니다. 빈부격차, 사회적 약자 보호, 기회의 불평등 등 현대 사회가 겪는 많은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그의 이론은 복지 국가의 정책적 기반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철학적 기준점이 되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존 롤스 정의론 (브런치)
무지의 베일 뒤에서 선택된 두 원칙—모두에게 동등한 자유와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유리해야 한다—로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합니다. - 실전 고전읽기 68 존 롤스「정의론」 (한국경제 생글생글)
정의의 첫째 원칙은 모든 사람의 기본적 자유 보장, 둘째는 불평등이 가장 불리한 자에게도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 롤스(Rawls)의 정의론 간단 요약 정리 (사회복지24)
자연적·사회적 우연에 따른 불평등은 정의롭지 않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차등 원칙이 필요합니다. - 롤스의 정의론 요약 (사회복지24)
롤스의 정의론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절충한 이론으로, 기본적 자유의 평등과 기회 균등, 그리고 차등 원칙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구상합니다.
